그 밤의 화면 앞에서
중학교 3학년 때였다. 선생님이 UCC를 만들어오라는 숙제를 내주셨다.
영상 편집 프로그램을 처음 실행했다. 버튼 하나하나가 무슨 역할을 하는지 몰라서, 눌러보고 되돌리기를 반복했다. 화면에 글자를 하나 올리는 데만 한 시간이 넘게 걸렸다. 글씨가 왜 저기에 뜨는지도, 왜 안 움직이는지도 몰랐다.
장면을 이어 붙이고, 소리를 맞추고, 다시 자르고. 조금 어긋나면 처음부터 다시 했다. 중간에 몇 번은 그만둘까 싶었는데, 이상하게 손을 놓지 못했다.
완성했을 때는 창밖이 밝아져 있었다. 언제 해가 떴는지도 몰랐다.
그 밤에 나는 아무것도 의식하지 않았다. 잘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도 없었고, 남들이 어떻게 볼까 하는 걱정도 없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도 몰랐다. 끝내고 싶었다. 눈앞에 있는 것을 하나씩 처리하다 보니 거기까지 와 있었다.
350명 정도 되는 학생 중에서 제출한 사람은 10명도 안 됐던 것으로 기억한다. 전교생 앞에서 상영할 기회를 얻었다. 내 안에만 있던 것이 화면 위에 올라갔고, 수백 명이 그것을 보고 있었다.
조금 낯선 순간이었다. 내가 만든 것인데, 이미 내 것이 아닌 것 같았다. 어딘가로 건너가 버린 느낌이었다. 그 감각이 오래 남았다. 이후로 무언가를 선택할 때, 기준을 설명하지 못해도 그 감각을 따라갔다.
그 이후로는 큰 그림 없이 하루를 보낸 날이 많았다. 그날 해야 할 일을 처리하는 식으로 시간을 채웠다. 업데이트 목록이 길면 안심이 되었다. 무언가 하고 있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사람들이 돈을 주고 쓰는 프로그램이니까, 요청이 오면 받아들였다. 받다 보니 기능이 늘었고, 늘다 보니 구조가 복잡해졌고, 어느 순간부터는 이 프로그램이 처음에 왜 만들어졌는지 잘 떠오르지 않았다.
어디서부터 달라졌는지 한참 생각했다.
그 밤에는 화면만 보고 있었다. 지금은 화면 너머를 먼저 본다. 누가 볼지, 어떻게 볼지, 어떤 반응이 돌아올지. 그것이 나쁘다는 말이 아니다. 다만, 분명히 다른 자리에 서 있다는 것은 느껴진다.
그 밤 이후로 시간이 많이 흘렀다. 예전처럼 아무것도 의식하지 않고 그 안으로 들어가 버리는 시간은 줄어들었다.
대신, 한 가지는 남았다. 그 밤에 있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정확하게 설명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한 번은 다시 만나고 싶은 상태라는 것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