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틈

CFO가 다른 동료에게 내가 일하는 방식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들었다. 내가 일을 할 때는 한동안 멍때리는 것 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고 모니터를 바라보거나, 펜을 돌린다. 그러면 어느순간 갑자기 키보드를 미친듯이 타이핑하더니 결과물이 나온다는 얘기였다.

그 당시에는 이 얘기를 듣고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고 넘어갔다.

어느 회식날이었다. 회식에는 회사의 모든 직원이 참석했다. 모든 직원이라고 해봐야 10명이 채 되지 않는다.

그중 CFO가 질문했다.

“프로그래머가 하는 일이 정확히 뭔가요?”

이 질문에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번역가가 하는 일, 작가가 하는 일과 다르지 않습니다.”

이 대답을 한 지 7년이 족히 지났지만, 여전히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내가 생각하는 번역가는 원문을 다른 언어로 옮기는 일을 한다. 작가는 자신의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일을 한다.

이런 측면에서 프로그래머가 하는 일은 그들과 다르지 않다.

프로그래머 또한 기획자와 디자이너가 만든 결과물을 프로그래밍 언어를 통해 컴퓨터에게 전달하는 일을 한다.

그러나 컴퓨터는 모호한 생각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프로그래머는 코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생각에 존재하는 허점과 모순을 발견하고 수정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에게 프로그래밍은 단순히 코드를 작성하는 일이 아니다. 내 생각을 탄탄하게 만들고, 더 명확하게 만들어 그 생각이 실제로 작동할 수 있을 만큼 명확한지 검증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