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피하는 것

성해나의 『혼모노』 속 「잉태기」를 읽다가 멈췄다.

소설에는 임신한 여자가 있다. 출산 장소를 둘러싸고 엄마와 시부모가 다툰다. 저마다의 이유가 있고, 저마다의 주장이 있다.

정작 그 여자 본인의 생각은 뒤편에 밀려 있다.

왜 불편했을까.

나에게는 본질을 흐리는 장면으로 읽혔다. 출산 장소는 그 여자의 문제다. 그 여자의 생각이 있어야 할 자리에, 주변의 감정과 합의가 들어와 있었다.

이 불편함을 따라가다, 내가 회피하는 것과 회피하지 않는 것을 조금 더 명확하게 알게 됐다.

나에게도 비슷한 상황이 여러 번 있었다. 주변의 의견이 부딪히고, 감정이 얽히는 자리.

그 자리에서 나는 대립을 피했다. 발전 없이 감정만 소모되는 싸움에 에너지를 쓰는 것을, 나는 본능적으로 피한다. 하지만 결정은 언제나 내가 내렸다. 조언을 구한 적은 있지만, 내 삶의 결정을 남이 대신하게 둔 적은 없다.

회피하는 것은 갈등이다. 회피하지 않는 것은 결정이다.

어쩌면 이것이 기질일 것이다. 의식적으로 선택하지 않았지만, 방향은 일관된다.

소설을 읽으며 그 사실을 알게 됐다. 다른 사람의 생을 따라가다, 내 안에 이미 있던 것과 마주쳤다.